[Global View] ETF 투자에 대한 오해와 환상

입력 2018-04-26 17:58  

피에르 앙리 플라망드 < 英 맨그룹 최고투자책임자 >


[ 이현일 기자 ] 어떤 새로운 현상이 시장에 발생시킨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투자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패시브 펀드에 대한 자금의 쏠림 현상이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주식시장 지수의 움직임이 지역의 근본적인 경제 상황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ETF와 관련 있다. 패시브 펀드란 특정 주가지수에 편입된 상품을 비율대로 수동적으로 사고팔아 지수 등락에 따라 손익이 좌우되는 상품이다. 펀드매니저가 업종·수익률에 따라 능동적으로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 펀드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패시브 펀드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액티브 펀드에서 450억달러가 유출된 반면 ETF 등 패시브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6920억달러에 달했다. 최근 언스트앤영은 패시브 펀드 자산이 10년 안에 액티브 펀드 자산을 초과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ETF 시장 규모는 현재 5조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2020년 말 7조6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수료 낮지만 수익률에서 손해

패시브 펀드 투자는 운용 수수료가 낮아 소비자들에게 유리하지만 잠재적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얼마 전 샌포드 번스타인 연구팀은 “현실적인 패시브 펀드 투자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패시브 펀드 투자도 결국 사람이나 기계에 의한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패시브 펀드 투자의 증가는 의사결정 과정의 각 단계에서 비효율성을 발생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패시브 펀드의 움직임을 역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이 어느 날 S&P500 지수에 편입된다면, 그날 패시브 펀드 자금은 ETF 운용 규칙에 따라 그 주식을 매수한다. 반대로 지수에서 해당 종목이 퇴출되거나 패시브 펀드에서 지수 편입 종목을 매도하기로 결정했다면 해당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 트레이더들은 이 같은 구조를 이용하는 차익거래로 수익을 거두고, 이는 패시브 펀드 투자자에겐 손해로 작용한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식에 부여된 의결권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ETF 운용사들에 의결권이 집중되면 여러 가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때 소액 주주들은 기업의 임원 급여, 인수합병(M&A) 전략 및 배당금 지급 등과 같은 사안들에 대해 펀드 운용팀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문제들에 큰 관심이 없을지 모르는 기관들에 권리를 넘긴 셈이다.

시황이 변하면 투자방법 바꿔야

자산시장 강세가 끝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과거 ETF로 투자자들이 쏠렸던 시점이 강세장의 끝자락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경기 사이클의 마지막 구간에선 시장 흐름이 큰 배도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이같이 시장이 일관성을 띠는 시기엔 패시브 펀드 투자가 비용 절감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에서는 액티브 펀드 투자가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가 변동폭이 커지고 물가와 금리도 오르고 있다. 패시브 펀드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인 지 몇 년이 흘렀다. 액티브 펀드에는 지금이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해 보일 기회인 셈이다.

정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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